튜닝이 필요해
시작은 이 제품 때문이었습니다
다이아몬드 안테나의 TRS-3라는 제품인데요, 카메라 삼각대 위에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또한 필요한 제품이고요.
아직 물건이 도착하기 전이지만, 미리 설명서를 구해서 읽어보곤 했는데요, 제품을 사용할 때 HF 밴드의 교신을 위해서는 전선을 세 개, 그리고 길이는 3~5미터 정도로 나비볼트에 연결해 바닥에 깔아둬야 한다고 합니다.
아직 이 제품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것을 중국의 AliExpress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 사진을 올린 후 Reddit에서 한참 말이 많았습니다.
요지는 "주위 카운터포이즈 전선이 잘못 되었다"라는 것이었는데, 이것 때문에 고민이 생겼답니다.
"전선을 공중에 띄우라고? 설명서에는 바닥에 깔라고 되어 있는데?"
뭐가 옳은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고, 그로인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어, 제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나 싶어서 채찍이(chatGPT)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우선, 카운터포이즈와 라디얼의 차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접지가 제대로 되었을 때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안테나의 방사효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접지는 안테나의 방사효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운터포이즈의 경우 도선의 갯수(가닥 수)가 안테나의 방사효율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운터포이즈나 라디얼이나 1/4ƛ 안테나에서 나머지 절반의 역할을 한다는데 어째서 라디얼은 땅에 닿아도 되고 카운터포이즈는 닿지 않아야 할까? 그럼 두 가지는 다른 것인가?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레딧(Reddit)의 미국 햄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카운터포이즈와 라디얼의 차이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카운터포이즈나 라디얼(radials)이나 모두 "안테나에 대해서 전류의 귀로(return path)"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DC 회로에서 전원에 대해 모든 전선이 닫혀 있어야 하듯, 안테나를 통해 흘러간 전류는 안테나를 거쳐 어디론가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어디로 가느냐?
안테나로 간 전류가 돌아가는 길이 바로 라디얼 또는 카운터포이즈였습니다. 만약 라디얼/카운터포이즈가 없다면 전류는 갈 곳을 잃어 동축케이블의 외부도체(차폐 쉴드)를 따라 무전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온 전류는 무전기에 심한 부담을 안겨주게 되고요. 이 부분이 우리가 잘 아는 SWR(Standing Wave Ratio)입니다. 그러니 라디얼/카운터포이즈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전류가 무전기가 아닌 제대로 된 방향으로 떠나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라디얼과 카운터포이즈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어째서 라디얼은 땅에 닿거나 묻어도 되는데 카운터포이즈는 닿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미국 HAM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둘 다 같은 것인데, 라디얼은 튜닝(tune)이 필요 없지만 카운터포이즈는 튜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본 순간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마추어 1급 시험을 공부할 때 카운터포이즈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했지요.
"대지가 암석이나 다른 이유로 단단해 접지를 설치하지 못할 때 카운터포이즈를 설치한다"
결국 제가 채찍이에게 속아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라디얼과 카운터포이즈는 다음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라디얼과 카운터포이즈 모두 전기적 귀로(return path)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맞는데, 대지에 닿을 수 있는 상황이면 라디얼인 것이고, 대지에 닿을 수 없는 상황이면 카운터포이즈다. 그리고 카운터포이즈는 라디얼과 달리 정확한 튜닝을 해야 제대로 된 방사효율을 얻을 수 있다.
첨언하면, 카운터포이즈가 대지에 너무 가까우면 도선의 끝과 대지 사이에 전하가 집중되어 커패시터처럼 동작하므로 라디얼도 아니고 카운터포이즈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되어 도리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카운터포이즈는 땅에 닿으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닿을 수 없으니까 카운터포이즈인 것이었습니다. 웃기지요. 채찍이는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설명하며 카운터포이즈는 절대 땅에 닿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는데 실상은 채찍이의 설명 자체가 틀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TRS-3의 접지용 도선은 라디얼인가 카운터포이즈인가?
네. 정답은 라디얼입니다. 카운터포이즈라고 하기에는 땅에 쉽게 닿을 수 있으니 라디얼인 것이죠. 다르게 말하면 전파에 대한 전기적 귀로이며 접지인 것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라디얼이든 카운터포이즈이든...
여기까지 생각해 보면 어째서 카운터포이즈 도선의 길이가 1/4ƛ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안테나의 길이는 코일을 넣지 않는 한 언제나 1/2ƛ가 되어야 하는데 절반만 하늘로 솟아 있으니 나머지 절반이 땅에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설명서에 적혀 있는 "3~5미터의 도선 세 개를 사용하세요"는 파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라디얼은 카운터포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 튜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 정확히 길이를 1/4ƛ로 맞춰줘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사용하는 주파수에 따라 충분히 길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레딧에 올려 문제가 되었던 내용은 제가 라디얼을 카운터포이즈라고 생각해 말을 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라디얼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겠지죠.
결론
모든 전기전자장비는 접지가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누설전류가 생겼을 때, 그 전류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지구에게 떠넘겨 버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무선장비에서는 또 하나의 접지가 필요합니다. 접지...라기보다는 안테나로 흐른 전류의 귀로(return path)이지요.
만약 우리가 아마추어 무선을 하며 귀찮음에 지쳐 안전접지(전기전자 장비에 대한 접지)를 하지 않는다면, 번개에 맞아 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안테나에 대한 전파접지(라디얼 또는 카운터포이즈)를 해주지 않는다면, 아예 교신이 불가능합니다.
그걸 알았습니다. 역시 접지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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