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 트랩(LC Trap)을 만들자 - 3

제로부터 시작하는 트랩 만들기

오늘 새벽에 나갔습니다.
오늘 목표는 그 동안 제작한 트랩을 안테나에 설치해서 튜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안테나의 조립"이 목표였습니다. 


낮은 주파수부터 튜닝 시작


초기 계획은 위와 같았지만, 이후 수정한 계획에서는 이 안테나에 총 세 개의 대역을 넣기로 했습니다. 

  • 7㎒
  • 10.1㎒
  • 14㎒

그러니 안테나 한개에 총 네 개의 트랩을 설치하는 것이었고, 첫 튜닝은 14㎒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때 14㎒ 트랩을 설치하고 튜닝을 할까 아니면 그냥 두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트랩이 전기적 단절을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단부에 14㎒ 트랩을 설치하고 튜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안테나의 길이가 길어 엉뚱한 곳에 공진이 일어났습니다

몇 차례 양측의 안테나 전선을 자르며 길이를 줄여 나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안테나 끝을 말아버리거나 꺾어버리면 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트랩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르며 줄여나갔습니다. 


대략 14㎒에 근접한 위치에 공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SWR이 1.4 정도로군요. 트랩에 설치된 코일의 영향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속 조립을 이어 나갔습니다. 


 

저는 항상 이런 식으로 설치를 하는데, 가운데 삼각대를 설치하고 그 삼각대를 나무에 고정한 후 양 쪽으로 안테나 선을 전개했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끝에 보이는 빨간 캡슐 같은 것이 제가 만든 트랩입니다. 원래는 최대 2.6미터까지 삼각대를 올리지만, 이번에는 안테나 조정을 위해 키 높이로 유지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문제는 10.1㎒ 트랩의 공진을 확인하기 위해 제일 위의 사진에 그려져 있는 "ㄷ" 형태의 PVC 파이프를 설치한 후 일어났습니다. 


뭔가 공진이 이상해졌습니다. 
0.7㎒정도 틀어지더군요. 그런데... 저게 뭐지? 14㎒ 위치가 뭔가 이상합니다. 


몇 차례 PVC 파이프로 인해 꼬여버린 무게중심을 조정하며 공진을 확인해 보니 앞서 확인한 것 보다 더 이상한 위치에 공진이 시작되었습니다. 13.23㎒라니! 거기다 오른쪽 2차 공진위치는 17㎒ 근처였습니다. 


원인을 찾자

처음에는,  PVC 파이프로 인한 간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PVC 파이프를 모두 제거하고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없더군요. 이상해서 10.1㎒ 트랩을 살펴봤는데 큰 이상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다 제작 당시에 말썽을 일으켰던 14㎒ 트랩을 확인했는데, 그것도 큰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가장 문제 가능성이 높은 트랩을 뜯어 내어 아예 안테나 전선에 직접 연결을 해 봤습니다. 그래도 차이가 없더군요. 

결국 몇 차례 수정을 가해보다가 나중에는 14㎒까지 안테나 선이 짧다고 나타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원인이 뭘까

집에 돌아와서 채찍이(chatGPT)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진짜 지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터넷 검색은 편하게 해주니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설명하는데, 크게 의심이 가는 것은 없었습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야외에서 뜯어버린 트랩과 다른 트랩을 분해해서 공진 주파수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어....? 10.1㎒ 트랩인데 공진 주파수가 12.67㎒로 표시가 되네요. 다시 채찍이가 설명한 원인들을 자세히 읽어 봤습니다. 

  • 조립 전에 코일과 커패시터의 용량을 확인할 것 
  • 조립 후에 공진 주파수를 확인할 것
  • 밀봉 후에 공진 주파수를 확인할 것

아.....

사용하지 않은 100pF 커패시터 하나를 꺼내서 정전 용량을 측정해 봤습니다. 표기 값은 100pF이었지만 ±5%의 오차를 가지니 수치가 다를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제조사는 95pF ~ 105pF의 오차를 갖는다고 했는데 고주파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값이 나왔습니다. 119.7pF, 118pF, 127.05pF, 126.8pF... 완전히 다른 값이 나왔기 때문에 코일만 조립 전에 확인한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트랩이 전부 예상한 공진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에서 공진을 한 것입니다. 


고주파 회로는 너무나 섬세하다

사실, 직류를 사용하는 회로를 조립할 때에는 이런 오차를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무선을 하면서 이런 일을 겪어보니 이 분야는 수공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안테나의 공진 주파수 튜닝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선을 조금씩 자르거나 말아 올리며 조정하는 것인데 LC 트랩조차 완전히 수작업이었습니다. 커패시터의 실제 용량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코일의 인덕턴스 값을 계산하고, 두 개를 연결해서 실제 공진 주파수를 확인하는 그런 수작업이었습니다. 제가 하던 방식으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적힌 수치대로 제작하면 안되는 것이었네요. 

결국 다시 제작...


오후에 멍하게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다음의 순서를 지켰습니다. 

  • 우선 사용할 커패시터의 정전 용량을 해당 주파수에서 측정한다.
  • 측정된 커패시터의 정전 용량에 맞춰 코일의 용량을 결정한다.
  • 코일을 감은 후에 코일의 인덕턴스를 확인한다.
  • 목표한 코일의 인덕턴스가 확인되면 커패시터와 임시 결합을 해서 공진 주파수를 측정한다.
  • 공진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코일을 조정한다. 
  • 목표한 공진 주파수에 도달하면 바로 글루 건으로 코일을 고정한다. 

이런 식으로 트랩을 임시 결합한 상태로 코일을 고정했습니다. 오른쪽을 보시면 14.14㎒에 공진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네요. 


교훈

다음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 안테나에 사용하는 부품은 아주 작은 오차로도 큰 틀어짐이 발생한다. 반드시 제작 전에 모든 부품의 스펙을 직접 확인하자.
  • 안테나에 사용하는 부품은 부품간의 결합으로 인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작업 단계마다 재확인을 진행하자.
  • 트랩이 설치된 안테나는 가장 높은 주파수부터 튜닝을 시작하고, 이때 전기적 단절을 유발하는 말단부 트랩은 설치한 상태로 안테나의 길이를 조정하자.
  • PVC 파이프는 너무 무겁다. 쓰지 말자.
로프가 지나갈 자리에 고무패킹도 했지만, 너무 무거웠습니다

PVC 파이프는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새 팽그르르 돌아버리더군요. 결국 제거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니 제일 위에 그려 놓았던 bent trapped dipole antenna 계획은 폐기입니다. 
그냥 7㎒/10.1㎒/14㎒ 트랩 다이폴 안테나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대역은 7㎒/10.1㎒/14㎒/18㎒/21㎒/24㎒/28㎒/50㎒ 입니다. 이걸 총 세 개의 다이폴로 구성을 하면 안테나가 세 개 만들어지는 것이네요. 마음 같아선 이 안테나 세 개를 모두 하나의 밸런을 통해 급전을 하도록 팬 다이폴(fan dipole)을 만들고 싶지만, 무게도 무게이고 튜닝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해 진다고 하니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트랩을 최대한 사용하면 두 개까지 안테나를 줄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조금 기가 죽어 있어서요. 일단은 7㎒/10.1㎒/14㎒ 다이폴을 먼저 완성시킨 후, 잘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가서 어떻게 할 지 정할까 합니다. 특히 18㎒ 대역 이상부터는 내전압이 1kV 짜리 커패시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커패시터의 정전 용량이 작은 것을 써야 하는데, 이 쪽에서는 500V가 최대였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트랩은 사용이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더 고출력을 사용하게 되면)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랩의 디자인도 바꿨습니다. 그냥 아크릴 파이프에 코일을 감고 커패시터를 연결한 후 커패시터는 켑톤 테이프로 밀봉할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회로가 외부에 노출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지난번 디자인은 예쁘기는 했지만 유지보수가 극악이라 포기하려고요. 거기다 제 경우에는 안테나를 1년 365일 야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나가 설치하고 교신한 후 다시 회수를 하는 형태라서 빗물에 의한 영향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무튼... 배운 것도 많고 실망도 하고 그랬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추어 무선사들에게 다이폴은 가장 무난한 안테나라고 생각합니다. 수직 안테나처럼 지면의 영향을 신경쓰며 대량의 래디얼을 바닥에 설치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저 충분히 높게 안테나를 올려 주기만 하면 되니까 편한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은 EFHW 안테나(엔드 페드 안테나)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16.3m정도의 단선을 나무에 던지기만 해도 교신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 무선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안테나의 방사 효율에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EFHW는 영 내키지가 않습니다. 좀 무겁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제 최종 도착지는 Inverted-V dipole이 될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오늘 교신을 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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