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크 박스(Choke box) 만들기 1

언제나 그렇듯 별 생각없이....

지난번에 제가 페라이트 토로이드에 대해 포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31 페라이트 토로이드가 도착했답니다. 원래 일주일 걸린다고 했는데 금새 왔네요. 

원래는 여기 꽉 차 있었습니다

그냥 쇳덩이 같은데 #31 소재는 MnZn니까, 망가니즈와 아연으로 만들어진 것이네요. 신기합니다. 


쵸크 박스(Choke box) 만들기

기본적으로 1:1 밸런을 사용하는 저는 쵸크가 거의 필요하지 않지만, 현재 제가 만드는 안테나의 상황에 따라 쵸크가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만들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제가 랜덤 와이어를 사용하게 되면 거의 100% 필요할 것이니까요.

처음에는 그냥 전선에 페라이트 비드를 여러개 달아줄 생각을 했는데, 이걸 하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의 비드를 달아야 하겠더군요. 그리고 이걸 클립 방식의 페라이트로 바꾸려고 하니 너무 돈이 많이 들고요. 어느쪽으로 하든간에 예쁘지도 않고 무겁고 불편할 것 같아서 아예 작은 박스에 모두 밀어 넣은 후, 밸런을 연결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깔끔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요할 때 전송선의 어느 부분에서든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전송선을 안테나의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처음 계획

처음에는 이렇게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케이스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트가 아니라 플라스틱 박스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케이스가 전도성이 있으면 공통모드 전류가 쵸크가 아닌 케이스를 통해 흐를 가능성이 있어서 입니다. 

그리고 전류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하려고 했습니다. 

  • 동축 케이블의 심선은 심선끼리 이어지도록 해서 쵸크박스를 그대로 바이패스 하도록 한다.
  • 공통 모드 전류가 흐르는 동축 케이블의 편조선은 따로 선을 빼서 페라이트 토로이드를 지나도록 한다.
  • 이후 출력 부분에서 다시 합쳐져 안테나를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대충 구상을 했는데, chatGPT에게 신나게 얻어 터졌습니다.
일단 이런 식으로 하면 임피던스 자체가 엉망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기본적인 쵸크의 형태도 아니고요. 그래서 chatGPT가 하라는대로 다시 찾아보고 만들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그냥 인입부의 리셉터클에서 심선과 편조선의 전류를 각각 다른 전선으로 받은 후, 두 전선을 서로 찰싹 붙여서 페라이트 토로이드를 몇 차례 감은 후 나가면 끝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2.5sq짜리 전선을 감아 쵸크를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2.5sq 짜리 단선은 많이 단단하더군요. 그걸 두개씩 쌍으로 잡고 감으려고 하니 손이 퉁퉁 부었습니다. 거기다 두 전선의 간격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서 더 힘이 들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총 12개의 코어를 만들었습니다. 

토로이드 쵸크 한개의 임피던스는 7㎒에서 대략 700 ~ 760Ω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8개만 있으면 5㏀을 넘어서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쵸크가 완성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50㎒에서는 230Ω에 불과했습니다. 12개를 설치해도 5㏀이 되지 않더군요. 이유인즉슨, 제가 사용한 페라이트 토로이드 소재 #31은 VHF에서는 다소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이쪽은 #43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제가 그 페라이트 토로이드는 없어서요. 

이 문제에 대해 채찍이(chatGPT)에게 물어보니 걔가 그러더군요. 제가 처한 문제로 인해 실무적으로는 #31과 #43 소재의 페라이트를 섞어서 사용한다고요. 그래야 제가 목표로 하는 약 5㎒ ~ 55㎒ 범위에서 공통 모드 전류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43 소재의 페라이트 토로이드는 투자율이 높지 않아서 더 많은 페라이트 토로이드가 필요하고요. 

소재만 #31이 아니라 #43인 동일한 제품은 찾았습니다. Fair-Rite사의 2644805302 입니다. #44 소재를 사용하는데 NiZn는 동일하고 다만 #43에 비해 조금 개선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31 소재의 토로이드를 8개 사용하고 나머지는 #44 소재의 토로이드로 채우면 제가 원하는 수준의 임피던스가 나올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페라이트 하나도 이렇게나 다양한 제품이 있고 상황에 따라 특성이 이렇게 다르다니. 거기다 이 쵸크 박스 하나를 만드는데 대략 10만원 정도가 드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아마추어 무선을 위한 길은 험난하고 돈도 많이 드는 것 같네요. 

다음에 #44 소재 페라이트 토로이드가 도착하면, 나머지 부품과 함께 쵸크박스 조립을 게시하겠습니다. 


p.s. 여러분은 같은 스펙이나 비슷한 스펙의 다른 제품을 쓰시길 권합니다. 제가 굳이 Amphenol이나 Fair-Rite와 같은 미국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중국산 사용하다가 곤란을 겪은 일이 많아서 그런 것 뿐입니다. 현재 페라이트 제품은 TDK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가격이 싼 일제를 사용하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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