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HF 성공

거의 1년 만에 성공한 것 같네요

이번에 아마추어 무선을 다시 시작하며 가졌던 최초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차량용 HF 안테나가 등장했으니까 삼각대에 설치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교신을 하자
하지만 실패로 끝났지요. 

실패의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고 확실했습니다. 래디얼(radial)을 대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죠. 
ARRL의 안테나 북에 나와 있는 조언을 예로 들자면, 0.25ƛ 길이의 절연 전선을 16개 바닥에 깔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파장이 40미터인 7㎒ 대역은 10미터 짜리 전선을 16개 방사형으로 안테나 바닥에 깔아줘야 하는 것이죠. 

말은 쉬운데... 8개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일단 전선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고 그걸 가지런히 깐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10미터 짜리 전선 16개면 160미터입니다. 그걸 매번 들고 다니면서 바닥에 깐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중에 20미터 다이폴을 띄우는 것 보다 주위에 훨씬 많은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결국, 8개까지 해 봤는데 영 시원찮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창틀에는 가능할까?

베란다 HF는 모든 아마추어 무선사의 희망입니다. 요즘처럼 집합건물 일색인 세상에서, 아파트 옥상에 다이폴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은 유니콘 같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이아몬드 안테나의 HFxxCL 제품 설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이 안테나는 차량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베란다에서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으며 성능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 집에 이사를 오고 난 후 몇 차례 테스트를 했는데 도저히 안되더군요. 전파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지 아무리 CQ를 외쳐도 아무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냥 테스트 삼아 시작

어제 퇴근길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일단 안테나 분석기라도 찍어보자.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지."

처음에는 그냥 임피던스나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


공진 주파수가 6.86㎒에 맞춰져 있더군요. 처음 구입시 설명서에 "맞춰져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개뻥이었습니다. 젠장! 

물론 HF용 휩 안테나는 극단의 코일링으로 인해 대역폭이 매우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진 주파수까지 이렇게 틀어져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결국 방사효율이 나쁠지는 몰라도 공진 주파수라도 맞추자고 결심했습니다. 

우선 OSL(Open/Short/Load) 키트로 오차를 조정했습니다

달밤의 체조란 이런 것인가... OSL 캘리브레이션을 하고 난 후 제대로 SWR 값을 측정해 봤습니다. 


네... 7㎒ 대역은 SWR이 모두 5 이상으로 나오네요. 이러면 될 것도 안됩니다. 


자를 가지고 처음에는 5mm 씩 절단을 시작했습니다. 네... 티도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1Cm도 자르고 2Cm도 자르고. 아무튼 6.5Cm를 잘랐습니다. 


간신히 대역 내에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허용가능 대역이 매우 협소하지요? 
그래도 일단 CW 영역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이 안테나를 CW 전용으로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보시면 SWR이 1.5 정도로 멈추는 것이 보이지요? 그런데 아래의 SWR 미터에서는 대략 2가 나옵니다. 
네... 일반적으로 SWR은 낮으면 낮을 수록 좋고 모두 1.5를 목표로 하지만 2라도 그럭저럭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뭔가 부족해...

이 상태로 두고 몇 차례 교신을 시도해 봤는데 영 시원찮았습니다. 일단 제가 CW 듣기 공부를 요즘 너무 소흘히 했더니 잘 들리지가 않았고요, 두번째로 IC-705를 무전기로 사용했더니 지금처럼 안테나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송신이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총 출력이 10W에 불과한데, 대지로 빠져 나가는 전력이 너무 많은 거겠지요. 

그래서 결국 더 자르기로 했습니다. 

7㎒ 대역은 밴드 플랜에서 7.030㎒ 이하를 CW 전용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역에서 CW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ALL MODE이니까요. 그래서 음성과 CW 모두 교신이 되는 7.1㎒를 목표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총... 9.5㎝를 잘랐습니다. 처음에 7.020㎒까지 올라가기 위해 6.5㎝를 잘랐고, 추가로 3㎝를 더 잘랐습니다. 상용 제품의 안테나를 자르는 것 자체도 매우 힘이 드는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실패로 인한 부담감이 상당했습니다. 


목표 공진 주파수 진입에 성공했지요. 이 정도면 더 이상 자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SWR이 2를 넘는 하단 값은 7.058 입니다


SWR이 2를 넘는 상단 값은 7.108 입니다

계산해 볼까요? 7.108㎒ - 7.058㎒ = 0.052㎒

네... 고작 52㎑가 이 안테나의 유효 대역폭입니다. 7㎒ 대역의 전체 대역폭인 2㎒에서 1/4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단축 안테나의 태생적 한계인걸요. 진짜 어쩔 수 없습니다. 


실사용 테스트

IC-705의 최대 출력은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 받을 때 10W입니다. 배터리 출력일때에는 5W에 불과하고요. 완벽한 QRP 전용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10W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임에도 빈 공간에서 아무리 CQ를 외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왜 그걸까요?
네... 당연한 이야기지만 SWR의 수치는 안테나의 방사효율 (공중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파를 쏘아 보내느냐)과는 전혀 관계없는 값입니다. 

다시 말해, 어찌 저찌 공진 주파수는 딱 맞게 설정했지만 공간적 한계( 베란다에 달았음 )와 구조적 한계( 극단적인 단축형 안테나 )를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변수들이 장애가 되어 안테나 효율이 급감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 10W에서는 모기 소리보다도 작게 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야외에서 운용하던 IC-7300을 꺼냈습니다. 100W로 팡팡 쏘려고요. 


간신히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잡음이 너무 많아서 자세한 시그널 리포트는 받지 못했지만 상대 교신국에서는 그럭저럭 들리는 것 같습니다. 


후기 

이제..
오늘 밤에는 열심히 HF 교신을 시도해 봐야 합니다. 실제 전파가 어디까지 날아가고 어느정도 수준으로 들리는지 평가를 해봐야 하니까요. 현재 확인된 바로는 부산까지는 가는 것 같은데 해외까지 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디가 음영지역인지도 알고 싶네요. 

그래도 일단 집에서도 HF 대역의 교신에 성공했으니 기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야외에 나가서 하는 교신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야외에서, 지상 6m에 다이폴을 펼치면 어마어마하게 깨끗한 신호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이런 차량용 안테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무튼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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