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파수에 비해 작고 대역폭이 넓은 안테나는 없을까

오늘은 전파 물리학 시간입니다

개인적인 이유(거주지의 한계)도 있지만 뭔가 새롭고 대단한 안테나가 없을까 항상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HF 대역을 극히 한정된 환경에서 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지요. 

그러다 그... 잔인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전문가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겠지요. 저는 전자공학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요. 


현대 안테나에 대한 기본 전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안테나 이론은 다음 세 가지를 기본 전제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 수동성 : 외부에서 별도 에너지를 넣지 않음

  • 선형성 : 입력을 두 배로 하면 출력도 두 배가 됨

  • 시간불변 : 회로 특성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바뀌지 않음 

수동성은 안테나로 들어가는 RF 신호 에너지 외에 따로 들어가는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그런 에너지를 이용해 들어온 RF 신호 에너지를 더 크게 만들어 출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선형성은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선형적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말은 비선형이 있는데 비선형의 가장 흔한 예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겠지요. 다시말해 안테나는 비선형 증가와 같이, 어떤 수준 이상의 입력이 들어가면 출력이 떨어지거나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들어가는 것에 대해 같은 비율의 출력을 낼 뿐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간불변은 조금 헷갈릴 수도 있는데, 안테나의 신호가 시간에 대해 불변이라는 뜻이 아니라 안테나의 규칙(안테나시스템의 동작 원리라든가 회로의 형태)이 시간이 흐르며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안테나는 동작중에 그 회로나 특성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세 가지 전부 말로 하려니까 힘든데, 그냥 딱딱한 금속 막대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알루미늄 막대는 그 막대가 안테나로 동작하기 위해 추가 전원이 필요하지 않고(수동성), 들어간 무전기의 출력 만큼만 방사하고(선형성), 전파를 발사하는 동안 안테나의 형태가 변하지도 않으니까요(시간불변). 

그리고 이 세가지가 현대 안테나 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위의 가정하에 시작되는 두 가지 한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추-해링턴 한계(Chu-Harrington limit)

주어진 크기의 구 안에 들어가는 수동 안테나는,
아무리 이상적으로 만들어도 Q를 일정 값 이하로 낮출 수 없다. 

말이 좀 어렵지요? 그냥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안테나의 크기가 정해지면 Q 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안테나에서 Q 는, "방사되지 못하고 그냥 날려먹는 에너지"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이에 대한 직관적 근사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식에서 Qmin은 현재 형태의 안테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Q 값을 말하며,
여기서 ka 는 : 

이며, ƛ는 파장, a는 안테나를 완전히 둘러싸는 가장 작은 구의 반지름입니다.
결국 ka는 안테나가 파장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이 두가지 식을 가지고 알 수 있는 것은, ka가 작아지는 수준에 대해 Q 값은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ka가 절반(1/2)로 줄었다면 Qmin은 1/2의 세제곱이 되므로 대략 8배 증가한다는 것이지요.

안테나에서 Q는 방사되지 못하고 회로(circuit)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소모되는 에너지이므로, 작은 안테나는 전파를 제대로 방사하지는 못하며 소모하는 에너지만 많은, 그러면서도 특정 공진 주파수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공진기와 비슷해집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파장에 비해 작은 안테나(ƛ/2 보다 작은 안테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띈다고 합니다. 

  • 방사 저항이 작고
  • 리액턴스가 크고
  • 튜닝이 민감하고
  • 대역폭은 좁으며
  • 손실에 취약함

약간의 편법 

이러한 안테나 Q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편법이 있습니다. 바로 안테나에 순수 저항을 일부로 추가하면 Q가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측정을 하면 대역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편법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안테나에 순저항을 추가했기 때문에 안테나에 공급된 에너지의 일부가 순저항에서 열로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을 취하는 안테나 중에 하나가 T2FD (Terminated Folded Dipole) 안테나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테나는 출력의 약 30%를 열로 소모합니다. 



보드-파노 한계(Bode-Fano limit) 

보드-파노 한계는 주파수 매칭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전체 주파수 스펙트럼 또는 유한한 주파수 대역에 대해, 모든 주파수에 대해 완전히 매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드-파노 한계는 제일 위에서 언급한 수동 안테나(수동성)에서의 이야기로, 일종의 "매칭에도 예산이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안테나라는 부하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정된 예산을 특정 주파수의 완벽한 매칭을 위해 전부 다 써버리면 다른 주파수에 쓸 수 있는 예산이 남지 않아 넓은 대역을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보드-파노 한계의 직관적 근사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는 대역폭을 말하고 Q 는 추-해링턴 한계에서 언급한 Q 값을 말합니다. 
예를들어 Q가 1000이고 매칭 기준을 -10㏈ (투입한 전력 중 10%가 반사된다는 뜻, S11 ≤ -10㏈, vSWR≾2:1) 정도로 잡았다고 한다면 : 


즉, 약 0.27%가 대역폭이 됩니다. 
그리고 이걸 100㎒에 대해 적용하면 약 270㎑ 정도가 되며, 10㎒에 대해 적용하면 약 27㎑ 정도가 됩니다.
이것은 이상적인 수동 손실없는 매칭 회로를 가정한 한계값입니다. 현실에서는 이것보다 더 못하다는 뜻이지요. 


두 한계(limit)를 합치면.. 

잔인한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ka = 0.1 (파장의 1.6% 정도 크기의 안테나)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안테나의 최소 Q 는 추-해링턴 한계에 의해 :


위와 같이 확정 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파장의 1.6% 길이에 불과한 이 안테나는 어떤 짓을 해도 Q 를 1010 이하로 낮출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안테나 성능기준인 -10㏈을 적용해 보드-파노 한계를 계산하면 : 


로 대역폭이 확정 됩니다. 
만약 우리가 이 안테나를 10㎒에 사용하게 되면 매칭이 되는 최대 대역폭(사용 가능한 대역폭)은 27㎑로 확정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한계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 만들어집니다. 

안테나를 작게 만들수록 매칭 가능한 대역폭은 작아진다.

.....안타까운 것은, 추-해링턴 한계와 보드-파노 한계는 1948년에 나온 논문이라는 점입니다. 벌써 78년 전에 나온 논문이지만 저는 이제 이 원리를 알게 되었네요. 



어떻게든 이 한계를 해결해 보자 (최근 경향)

최근 위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합니다. 
  • 수동 회로를 쓰지 말고 능동 회로를 사용
  • 비포스터 회로를 사용
  • 시간변화 회로를 사용
  • 비선형 회로나 주파수 변환을 이용 
  • 깔끔하게 손실을 허용 (!!)

그리고 이런 기본 전제를 바꿔 연구하고 있는 것이 최근 VLF 대역에 대한 기계식 안테나, 압전 안테나, 자기전기 안테나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라고 합니다 : 

  • 전압을 걸어 압전 회로를 작동시켜 미세 진동을 유발한다
    • 그 진동을 자기변형 재료에 전달한다
      • 자기변형 재료의 자화가 흔들린다
        • 흔들리는 자화가 전자기파를 방사한다 
이런 식으로 ƛ/1000 규모의 안테나를 제작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결론

결국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설치할 수 있으면서도 대역폭이 어느정도 되는 유용한 안테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속어로.... 아니 요즘 청소년들 표현으로 "개쩌는 신비의 안테나"가 존재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슬프지만 현실은 받아 들여야 하겠죠.
아무튼 "작고, 효율 좋고, 대역폭도 준수한 안테나를 찾는 여정"은 여기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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