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 접지와 카운터포이즈, 그리고 래디얼 (초보일때 가장 많이 헷갈리는 개념)
경험 많은 OM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다 보면 "접지가 중요하다" 라든가 "접지를 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접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접지(안전접지/낙뢰접지)가 아니라 RF 접지를 말한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안전 따위는 싹 다 씹어 먹는다면 접지가 없어도 잘만 작동하는 안테나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안테나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는 이런 부분을 잘 몰라 해맸기 때문에 처음 안테나를 설치하시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간단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1. 균형 안테나와 불균형 안테나
우선 여기서부터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요. 안테나의 종류를 아주 크게 나누면 균형 안테나(balanced antenna)와 불균형 안테나(unbalanced antenna)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균형 안테나는 :
직류 전기로 설명하면 한쪽이 플러스(+) 반대쪽이 마이너스(-)인 것처럼 양쪽이 전기적 균형을 갖는 안테나를 말합니다. 제일 쉽게 생각하면 다이폴 안테나가 여기에 속하고 대표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얘네들은 안테나의 한쪽 팔이 다른 쪽 팔에 대해 전기적 대칭이 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접지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동축 케이블을 통해 급전점에 전력을 밀어 넣어주기만 하면 알아서 지들끼리 다 전파로 쏘고 끝을 봅니다.
그래서 균형 안테나 계열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한다면 접지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공중에 설치만 할 수 있다면 아파트 베란다든 옥상이든 어디든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2) 불균형 안테나는 :
균형 안테나와는 달리 구조적으로 한쪽 팔 밖에 없는 안테나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쉽게 생각해 다이폴 안테나의 한쪽 팔을 댕강~ 잘라버린 것이지요.
안테나 역시 전기로 작동하는 녀석이니... 이런 식으로 만들면 전기가 흐르질 못합니다. + 극이 있는데 - 극이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잘려버린 한쪽 팔을 대신하기 위해 공중에 떠 있는 금속 막대기, 지면에 놓인 전선이나, 지면에 파묻은 전선이나 철망등을 이용합니다.
불균형 안테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균형 안테나에 비해 크기가 작아집니다. 안테나의 전체 길이가 λ/4가 되기 때문에 설치가 간편합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속임수에 가깝습니다. RF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잘려버린 반대쪽 안테나선이 필요하니 이걸 확실히 만들어줘야 하고, 그러다보면 균형 안테나보다 더 큰 공사(진짜 공사나 설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불균형 안테나로는 GP안테나, 수직안테나, EFHW등이 있습니다.
2. 카운터포이즈(Counterpoise)와 래디얼(radials)에 대해서
불균형 안테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RF입장에서 잘려버린 반대쪽 팔을 대신해 줄 녀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특이한 것은, RF가 바라는 것은 "온전한 한쪽 팔 만큼의 무엇인가가 아니라, 아무튼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RF가 돌아갈 길"을 보통 RF 접지나 카운터포이즈, 또는 래디얼이라고 말합니다.
카운터포이즈라는 말은 "반대편에 대한 균형"을 뜻합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그림처럼 균형이 잡히지 않은 안테나에 대해 상대적인 무엇인가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지요.
개념적으로는 카운터포이즈(counterpoise)라는 말이 전부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이 카운터포이즈가 공중에 설치되어 있을때는 "카운터포이즈"라고 부르고 전선이나 철망이 안테나 하부의 땅 위에 방사상으로 놓여 있거나 묻혀 있으면 "래디얼(radials)"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래디얼조차 카운터포이즈의 하나일 뿐입니다.
3. RF 접지에 대해
사실 RF 접지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주로 제가 씁니다;; 헷갈리지 말라고).
이게 오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수직 안테나의 카운터포이즈를 안테나 하부에 방사상으로 전선을 깔거나 원형으로 철망을 심은 그림을 보고 "아 이건 접지구나" 하면서 나온 것 같습니다.
네, 오해 하시면 안되는 것은 이건 접지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접지가 아니라 카운터포이즈입니다.
왜 자꾸 "카운터포이즈"라는 말에 집착하느냐 하실 수 있는데,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전접지/낙뢰접지등은 말 그대로 접지(grounding)입니다. 걍 전기를 땅바닥에 흘려 버리는 것입니다. 버리고 끝내는 거에요. 버리고 안 쓰는 겁니다. 그래서 수직 안테나를 세우고 지표면 75Cm밑에 1미터짜리 구리봉을 심고 AWG #4짜리 굵디 굵은 전선을 연결해도 안테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중으로 방사되어야 하는 RF를 그냥 바닥에 다 버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땅에 묻은 래디얼(카운터포이즈)은 접지가 아닙니다. 얘는 안테나와 한몸이에요. 카운터포이즈는 안테나의 대칭점이 되며 RF에게 돌아갈 길을 형성시켜 주는 일을 하지 그냥 땅에 버리지 않습니다.
결국 땅 위에 솟아 있는 안테나는 카운터포이즈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고, 카운터포이즈는 땅 위의 안테나가 없으면 그냥 땅에 심은 전선이 됩니다. 얘네들은 한몸이고 멋지게 표현하면 "안테나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4.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가
보통 아마추어 무선을 처음 하면.... (저도 그랬지만) 안테나도 뭐든 쉽고 간단하게 설치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휩 안테나를 베란다에 설치하거나 EFHW안테나를 나무에 던지고 끝내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불균형 안테나는 RF가 돌아갈 길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걸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테나의 방사효율(전력을 전파로 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교신잡음이 커지거나, 아니면 오퍼레이터가 감전(!?) 됩니다.
그리고 또.... 보통 이 카운터포이즈는 제대로 만들려고 하면 거대한 λ/2 다이폴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 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하고 힘이 듭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런 안테나와 관련된 지식이 없으니 "어 나는 왜 안되지...? 흑..ㅠㅠ" 하며 또 다른 안테나를 사게 되지요.
(제가 그랬습니다ㅋ )
5. 카운터포이즈는 생각보다 힘들다
그냥 공중에 전선 2미터 정도 띄워 놓는 것(EFHW 카운터포이즈의 일반적인 길이)은 편합니다. 그런데 수직안테나나 휩 안테나의 카운터포이즈를 구성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서 HF를 즐기도록 나온 7MHz 대역 다이아몬드 HF40CL 안테나의 경우, 기본 설계가 대략 체표면적 25제곱미터의 자동차 차체를 카운터포이즈로 이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네, 가로 세로 5m x 5m짜리 철판입니다. 또 다른 예로, 7MHz 수직 안테나를 위한 래디얼을 설치하겠다 생각하면... 10미터 짜리 전선을 안테나 바닥에서 방사상으로 16개에서 32개를 깔아야 합니다. 이 정도 깔아도 바닥의 재질이 무엇이냐(콘크리트냐 그냥 흙 바닥이냐)에 따라 추가 설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뭔가 "안테나 설치 절망편"을 쓴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도 제한된 공간에서 어떻게든 HF를 운용해 보겠다고 안테나북 읽어보고 이것저것 뒤졌는데 결론은 언제나 똑같더군요.
- 공간의 제약이 심하면 마그네틱 루프 안테나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튜닝이 귀찮긴 하지만 요즘은 원격 튜닝 제품도 있다. 그거 써라.
- 혹시라도 EFHW의 전선을 설치할 공간이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것이다.
- 절대로 "조그만 안테나로 HF를 잘 굴려 봐야지~" 하는 생각 하지 말자. 돈만 낭비한다. 저처럼. ㅠㅠ
이렇습니다.
아무튼 경험 많은 OM님들께 "접지에 신경쓰세요"라는 말을 들으시고 무작정 굵은 전선을 안테나 하부에 연결하려고 하지는 마시길 빕니다. 그 뜻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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